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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내가 그간 휴대폰 메모나 나에게 보내는 카카오톡으로 모아두곤 했던 '기억하고픈 것들'을 정리해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예술가 james nares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에 관련한 기사를 죽 읽어내려가다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I’m not a narrative filmmaker, because that’s not how I view the world, but the film ended up being a collection of little narratives, stories within stories. You’re always wondering what’s going to happen next.
보충설명: 그는 street 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뉴욕의 거리를 고속카메라로 찍어 컷들을 선별하고, 아주 느리고 길게 죽 늘어뜨린 것이다. 그는 인과를 밟아가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식의 영화보다, 그가 원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컷들을 골라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나는 여태 -주로 애인과 싸울 때- 모든 일에는 이유가 다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해온 줄 알았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라는 말에 대해서도 왜 그랬는지 알아! 인정하기 싫은거겠지 라는 등의 말로 받아치고, 실제로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어쩌면 정말, 세상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스스로도 꽤 해오지 않았나 싶다.
인과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이 인과로 작동된다 이야기 하기엔 알 수 없는 일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예컨대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감정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그냥, 나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고, 그것을 깨달은 후에야 이유를 찾게 마련인 것 같다. 이 부분을 탁월하게 풀어낸 희곡 <죽은 남자의 휴대폰>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무튼. 사랑 외에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통해 행동을 하는 그 순간 순간, 우리는 마땅한 이유들로 인해 내려진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선택이 이성적인 추론으로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어쩌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그냥, 그 마음이 이끈 선택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왜 이런 생각들이 드는지, 알 수 없는 게 많다. 어쩌면 난 너무 멀리 있는 것, 너무 막연한 숲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작은 부분에 집중하다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말만큼이나, 눈 앞의 것들부터 충실하게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애써 잘 지키던 생활패턴이 밤만되면 이런 생각들이 차올라 망가지고 있다.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던데.. 매일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이들은 정말 행복한 멋쟁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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