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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떠다니는

비 오는 날

Ode to love 2021. 3. 1. 11:09

비가 오는 날은 여러 감정들 중에서도 '그리움' 이라는 감정이 유독 커진다.  질퍽한 땅바닥을 우산으로 쿡쿡 찌르며 걸었던 초등학교 하교길, 피아노 학원 안쪽 사무실에 앉아 빨간펜을 풀던 기억, 그 책 위에 남은 컵라면 물자국, 교정 점검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차 안에서 보이는 빨간 차의 전조등들.  하교 후 편하고 귀여운 옷으로 갈아입은 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석양 아래 나무,  아무도 없는 기숙사 방 안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 하나와 앨리스..  

비 오는 날의 냄새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슬픈 기억이 하나 생겨버렸다. 마냥 기분 좋은 그리움을 즐길 수만은 없게 되었다. 비 오는 날은 아프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그 기억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더 밝은 척, 바쁘게 하루를 보내려 했다.  이제 1년이 넘었다.  오늘 비가 오는데......  괜찮다. 많이 보고싶은 마음이 커서, 슬프고 화가 나는 감정은 크지 않다. 슬프긴 하지만 보고싶을 뿐이다.  떠나보내기가 참 힘들었다. 떠나보내는 데에 꼬박 1년이 걸렸는데 길지 않은 시간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원망스럽진 않겠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떠나보내지 않으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그래서 보내기로 마음먹었고, 보냈다. 

좋은 변화는, 이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더 이상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초점이 옮겨갔다는 점이다.  조금 더 나 중심적인 기억에서 관계 중심적인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된 것 같아 스스로의 감정이 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유독 끌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벗어나고 있다. 햇빛 아래에서 희망을 보다 느끼고 싶다. 그래서 산책과 달리기를 한다. 즐겁고 소중한 시간들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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