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억/책

02. 달과 경찰, 톰 골드

Ode to love 2020. 4. 19. 20:20

그토록 가고 싶고, 아름다운 환상으로 그려보던 공간 '달'. 

내가 있는 이 곳이 답답하고 힘들 때, 나에게 어울리는 이상향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을 때. 지루하고 외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달은 어쩌면 이러한 일상에서의 도피처 같은 이상향, 혹은 보다 나은 미래를 나타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달에 가서 살고 싶었고, 경찰이 되고 싶었다. 

원하던 모든 것을 이룬 mooncop. (책의 원제이다.) 

그러나 막상 주인공의 일상은 끝없이 펼쳐진 풍경만큼이나 고요하고, 지루하고, 무사하다. 

치안률 100퍼센트에 달하는 안전한 곳의 경찰. 

아무 일도 없는 만큼 고독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에 회의를 가질 수도 있다. 

그나마 있던 도넛 자판기도 사라지고, 사람들은 점차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결국 새로 온 도넛가게 직원과 자신 둘만 남은 달에서 

주인공은 직원과 함께 드라이브를 가고, 홀로 지구를 바라보던 루틴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여 함께 그 풍경을 감상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별 대사 없이 고요하게,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다 마지막에 직원과 주인공의 대화가 나름 작가가 전하고픈 결말이 담겨 있는 듯 해 가져와 본다. 

 " 그런데 살아보니까 너무 좋아요! 몇 시간이나 별과 바위를 멍하니 바라볼 수 있잖아요. 평화롭게 느껴져요. "

" 맞아요. 아름답죠. 가끔 그 사실을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 

 

 

일상은 지루하고 고독하다. 별볼일 없고, 시시콜콜한 스트레스에 신경써야 할 일들.. 미생에게 현생은 그렇다. 답답하고 초라해지고 힘들고 지루하고. 

그래서 가슴 뛰고 신나는 모험을 꿈꿔보기도 한다. 

유독 요즘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이유는, 얼마 전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무력감에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이 말 참 얄미운 말이지만... 자연의 순리.

인간이라면 겪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나는 정말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조그만 사람일 뿐이었다. 

너무 마음이 아픈데, 이 마음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 내 고통은 나에게만 특별한 고통이니까. 

그래서 너무 외로웠다. 

그런데 4월 16일 밤에 꾼 꿈이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먼저 떠난 가족이 꿈에 나왔다. 꿈에는 원래 자주 나왔지만, 늘 꿈의 시점이 모든 일이 있기 전, 과거의 시점이었는데... 

그 날은 달랐다. 

마치, 지금 이 순간 다른 곳에서 지내다 나를 보러 꿈 속으로 와준 것 같았다.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포옹을 하고, 다시 떠나갔음을 꿈 속에서 느꼈다. 

그래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은 알 수 없는 우주의 많은 미스테리처럼 

내가 갈 수 없는 다른 행성처럼, 그런 아주 먼 곳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보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이 조금 들어서 덜 외로웠다. 

 

달 경찰인 주인공의 고독한 일상이, 그 고독을 이해하는 누군가를 만나 조금은 따뜻해 보이듯이 

내 외로움과 고통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만날 수는 없어도 존재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조금 위안이 된다. 

 

 

'기억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 잠 , 베르나르베르베르  (0) 2017.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