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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책

01. 잠 , 베르나르베르베르

Ode to love 2017. 10. 15. 03:21

<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릴 적 이후로 오랜만에 접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다. 꽤 오랫동안 독서를 하질 않아 가만히 앉아 소설책을 들여다보는 인내력이 바닥인 내가 빠져들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된 책이다. 재밌게 읽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그 경계가 정말 궁금한 소설. 


작품은 주인공 자크의 유년기부터 엄마를 구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의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진행된다. 제목처럼, 이것은 잠에 관한 이야기이다. 항해사 아버지와 수면전문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크는 잠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애인을 만나기도 하며, 어머니를 잃을 뻔 하기도 하고, 위대한 발견을 해내기도 한다. 잠은 무의식의 영역이고, 제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꿈을 자주 꾸고, 잠 때문에 문제를 겪기도 하지만 그것에 관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꿈을 꾸는 그 시간을 사실 즐기기도 한다. 꿈 속의 문제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일수도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노이 부족은 꿈에서 일으킨 문제에도 책임을 진다. 소설에 의하면 꿈과 현실은 연결되어 있고, 우리 생각보다 꿈은 훨씬 많은 것을 알려주고,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 실제로 꿈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고 다스려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으로썬 그런 낙천적인 바램이라도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작게나마 자리잡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책은 잠에 관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의 난관과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작가가 보내는 삶에 관한 좋은 말들이 있어 남겨본다. 




아! 젊어서 지혜가 있다면, 아! 늙어서 힘이 있다면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클라인의 병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최고의 역설은 바로 바깥이 안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외부가 내부로 통한다. 우리를 멀리 데려가는 길 끝에 이르러 우리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삶의 완숙기에 젊음의 문이 있다. 


자기 정신의 절반만 발전시키는 것은 절반만 존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자크의 무의식은 어느 누구의 간섭도 마다했다. '내가 사람을 믿지 않는 한 jk67도 믿을 수 없다. 한데 나는 내 자신도 믿지 않는다. 깊은 내면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 스스로 비겁하고 게으르다고 자책해 왔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사랑 할 수 있단 말인가?'  중년의 자크 클라인이 몸을 굽혀 노년의 자크 클라인을 내려다본다. '나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감정을 추스르고 나자 마흔일곱은 자신의 삶을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주어진 운명의 야릇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이한 부모를 원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주어진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삶의 시련들을 받아들이자. ... 나의 성공이 곧 최고의 복수이므로 더 이상 복수를 꿈꿀 필요가 없다.' 



기발하고 정교한 상상력, 책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 장소들, 공기, 냄새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묘사 등등 좋은 점이 정말 많은 재밌는 작품이지만, 요즈음 자꾸 이것 저것 따지고 타협을 하며 의지.. 깡다구를 잃어가는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준 작품. 젊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오롯이 후회없이 누릴 수 있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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